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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몰
comes and goes

5부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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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36일 동안 계속됐다
한 번의 정차나 휴식도 없이 에스페로는 꼬박 한 달을 넘게 달렸다
우리는 새로운 풍경을 만났고, 멍하니 쳐다보면서 익숙해졌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는 일을 반복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9명이었다
처음에 차안은 너무나 좁았기에
나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머드를 원망했다
우리는 발아래로 건물들이 스쳐지나가는 높은 고가도로 위를 달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는 비구름을 뚫었다
울고 있는 야행성 동물의 무리를 통과했다
그러는 동안 중형차의 내부는 넓어졌다
저마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가능한 여러겹, 시트에 담요를 덮었다
자리에 앉으면 우리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낮은 엔진소리가 울렸다
머드가 운전을 했고 나는 그의 옆 자리를 지켰다
유리창 반을 가리는 블라인드는 항상 하얗게 빛났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낮을 보냈다
한번은 이것을 뒷면의 세계로 볼 수 있을지 하는 토론이 있었다
누구나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남기고 온 질투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지지 않는 태양을 꺼림직스럽게 느끼게 했다
2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으로-시계를 봐야만 알 수 있었다-
버터만 바른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우리는 모두, 아직 잠을 잔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야
한 사람이 말했다
낮에 잠을 많이 자면 밤에 잠을 못자니까요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진 길을 만나면
우리는 말없이 창밖을 쳐다봤다
머드도 속도를 줄였다
그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 같았다
차는 곧 출발했고 우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하던 일로 돌아갔다
우리는 욕망을 짧은 메모로 갈겨썼다
메모는 모호하지만 군더더기가 없었고
언제나 묘하게 낯설었다
도시로 진입했다 어서오십시오 불이 전광판을 비추고 있었다
그 뒷면은 안녕히 가십시오
출발할 때 우리가 본 것이지만 배우 Y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그녀의 눈동자가 군청색 차를 쫓아왔다
출발하던 아침 6시, 하늘은 이미 밝아있었다
우리는 석양이 손톱 만하게 보이는 저녁시간에 헤어졌다
다가오는 밤이 아직 아득하기만 했던 우리는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여행가방을 끌며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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