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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고양이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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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의 체내에 사는 공생조류 주산셀러zooxanthellae는 광합성으로 당분을 만들어 산호에게 제공한다. 산호가 고온이나 광량의 증가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주산셀러의 광합성 기관이 손상 받게 되는데, 이때 주산셀러가 생성하는 독성물질은 산호의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산호는 주산셀러를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주산셀러와 형광 단백질 밀도의 감소는 산호의 백화(bleaching)를 야기한다. 산호의 백화는 죽음이 아닌 탈색된 상태를 나타낼 뿐이지만, 지속되는 백화는 산호가 주산셀러를 재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군체의 대규모 백화는 대량 사멸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틀의 노숙 계획을 세워 본적이 있다. 적당한 옷 외에는 필요한 것이 없어보였다. 서울역 지하철 안을 둘러보니 곳곳에 노숙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설치돼있었다. 여름에는 역사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이틀을 굶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서울역과 숙대입구역의 시설 두 곳을 떠올렸다.

계획보다 필요한 것은 경험이었다. 어느 곳에 그리고 몇 시부터 자리를 잡아야 간섭을 덜 받을지, 시설을 이용할 때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계획을 실행하면 얻게 될 것이었다. 그러기위한 충분한 시간도 주어질 것이었다.

이것이 노숙인가 하는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덜 중요한 문제가 됐다. 모방만큼 익숙한 것도 없다. 진실이 없을 때 그것을 얻기 위해선 모방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해온 대부분의 일들은 모방이었거나 모방하지 않았으면 성립조차 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그러나 이틀의 노숙이 끝나고 맞이할 이른 아침, 집에 걸어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휴대폰을 확인할 모습이 너무나 꼴불견이었기에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찰나의 루프. 어떠한 사건의 직전의 순간, 모두가 호흡을 멈추고 눈에 힘을 주는 순간, 은유가 폭발할 것 같이 가득 차오른 순간이 반복되고 있다.

 
 
4부 고양이와 가능성